영동 고속도로 옆에 위치한 삼각형의 대지는 삭막한 인상을 주었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와 근처 물류창고를 드나드는 거대한 트레일러들 말고는 주변 맥락에서 단서를 찾기가 어려운 조건이었다. 손님을 유도해야 하는 상업시설 인 만큼, 사람들이 고속도로에서 이 장소를 인지할 수 있어야 했다. 하얀 벽이 떠있고 그 아래로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했다.
대지의 가장 긴 변에 높이 4미터 길이 50미터의 떠있는 벽을 만들었고 삼각형의 대지에 상응하는 평면을 가지게 되었다. 내부의 얼개는 벽 하나로 나누어진 열린 공간이다. 북측으로는 차량이 다니는 고속도로 풍경을, 남측으로는 연못과 사막정원을 보며 커피를 마신다. 두 영역 사이에는 15미터의 길이의 ‘떠있는 벽‘이 있다. 이 구조물은 속이 비어 있고, 상부의 천창에서 들어오는 빛을 보내어 긴 복도를 양분한다. 방문자는 이 것을 인공조명으로 착각하지만 빛의 질감과 위치가 바뀌는 것을 보며 비로소 자연광임을 인지하게 된다.
대담하고 단순한 구조와 형태를 강조하기 위한 디테일은 건물 2개 (카페동, 주택동) 에 다양하게 적용되었다. 얇아지는 슬라브, 20미터의 매달린 경사로, 가볍고 경쾌한 T 바 기둥들, 풍압을 지지하면서 천막을 걸 수 있는 로드 바와 야외기둥들은 구조와 장식의 기능을 동시에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카페 이름인 바하리야는 이집트에 있는 돌이 흩뿌려진 사막이다. 아무런 식재가 없는 사막풍의 조경은 대담하고 단순한 건물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땅의 형태로 귀결된 삼각형의 영역 설정은 쉽게 공간에서 읽히지 않는다. 이는 기하학 공간에서 드러나는 엄격한 구조의 모듈에 저항한 흔적과 동시에 이 장소에서 경험될 서로 다른 속도의 두 가지 풍경을 최대한 투명하게 걸러낸 중성적 영역이 오히려 그 엄격함을 느슨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마치 땅의 일부가 구조화되어 부유한 지형을 형성하고 그 위에 투명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세장한 비율로 제작된 T멀리언은 투명성과 동시에 구조의 경계를 소거시켜 내부 공간의 자율성을 획득한 과감하고 실험적인 플로팅 건축이다.<바하리야>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삭막한 사막과 같은 이 장소에서 빠른 속도감에 대응하는 시간의 풍경과 하얀 모래 정원과 반사못 위로 떨어지는 정적인 빛의 풍경이 공존하게 만든 ‘은유의 건축’으로서도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