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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작품

게시물 상세
작품명 옥계휴계소
위치 강원 강릉시 옥계면 주수리 88-5
건축가 이충기 / 서울시립대(이충기 교수)
수상년도
대지면적 70954 지상층수 20
건축면적 3935.92 지하층수 1
건폐율 5.55 용적율 6.8
작품설명
게시물 상세
능동적 탈주(active exodus)<br><br>198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이제하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라는 자못 철학적 냄새를 풍기는 제목의 소설이 있었다. 물론 이장호 감독이 동명으로 영화화하여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다. 당시 내게는 제목이 주는 느낌의 깊이가 컸고 관계항으로 표현된 하나의 문장 안에 세단어의 조합이 절묘하고 놀라웠던 기억이 난다. 소설제목처럼 '나그네', '길', '쉬다'라는 세 단어는 운명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계열의 단어들임이 분명하다. 정착하기 위해 이동하는 정착민이든, 떠나는 도중에 멈추어 쉬는 유목민이든 '나그네'하면 '길'이 연상되고 '길'하면 '쉬다'라는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인간이 선험(先驗)을 중시하는 관성적 사고의 동물이기 때문일 것이다.<br><br>길은 이동 혹은 여행을 전제로 하는 하나의 선이다. 수많은 점들로 연결된 선이며 시점과 종점을 지니는 선분이며 순서와 과정들이 일렬로 연결되는 사건들의 선인 것이다. 그러나 길 위에서의 이동은 쉼을 필요로 하고 그 쉼은 이미 정해진 기준성에서의 이탈을 필수로 한다. 따라서 길·도로 위에서의 휴식·쉼은 이탈의 성분 즉 클리나멘(Clinamen)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클리나멘은 주어진 관성적 운동에서 벗어나려는 성분 즉 이탈, 탈주의 성분을 지칭하는 에피쿠로스(Epikouros)의 개념이다. 관성에서 벗어나는 성분, 기존에 존재하는 것과 다른,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생성하는 성분, 그래서 기존의 지배적인 것에서 벗어나는 모든 것은 탈주 혹은 이탈의 성분 클리나멘을 가진다. 여기서 클리나멘은 단지 도망, 도주, 파괴, 해체 같은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관성, 타성, 중력에서 벗어나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힘으로도 규정할 수 있다. 휴게소로 진입하기 위한 기존 주행선에서의 클리나멘은 속도와 동선, 시선 등 많은 요소에서 변화를 수반한다. 속도의 이탈(감속), 동선의 이탈, 시선의 이탈은 휴식과 에너지를 얻기 위한 창조와 생성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힘이요 클리나멘이다.<br><br>그러나 길 위의 휴게소는 여행자들이 그리는 선위의 한 점일 뿐이다. 여행자들은 휴게소를 통과하는 선을 그리며 계획을 세우지만 휴게소에 가기 위해 이동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떠한 휴게소도 그저 통과하는 점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그 경로 또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업무상 이동하는 사람에게는 목적지가 중요하지만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통과하는 선 자체가 중요할 뿐이다.<br>우리가 가장 흔하게 이용하는 대표적 이동 수단인 기차와 자동차, 철도와 고속도로의 큰 차이점은 클리나멘의 유무일 것이다. 기차여행은 목적지를 향해 먼저 점을 결정하고 그 점으로 이동하기 위해 정해진 순서로, 정해진 선을 가야하는 (철도에서의 이탈은 사고를 의미한다.) 그래서 이탈할 수 없는 이동방식인 반면에 자동차 여행은 여행자의 의지에 따라 목적지를 바꿀 수 있는 그래서 휴게소로 진입이 가능한 클리나멘의 이동방식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철도와 기차 여행은 이탈이 어려운 점적 사유의 이동으로, 고속도로와 자동차 여행은 목적지와 경로를 바꿀 수 있어 이탈 가능한 선적 사유의 이동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br><br>길 위의 건축, 길 위의 사건들(architecture on the way, events on the way)<br><br>고속도로 휴게소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어떠한 것일까?<br>아마도 도로 위의 속도감에 대한 관성으로 재빨리 주차하고 서둘러 화장실에 들러 배설하고 조금 여유 있으면 우동 한 그릇, 아니면 커피 한잔에 담배 한대 피울 수 있는 임시 주차장 정도일까? 그래서 휴게소는 '빨리빨리'로 대변되는 이 시대 문화의 에피스테메(episteme)로 작용하여 쉼 없는 쉼터로 인식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휴게소는 분명 길 위의 건축이다. 그래서 길(고속도로)에서 길(휴게소)로 연장되는 건축이다. 그 길은 고속도로가 주는 Image인 속도와 선 그리고 그것들에게서 느껴지는 방향성에 대응한다.<br>따라서 나는 주차장과 이용시설(매장, 화장실) 사이의 종적동선에서 벗어나 이용시설과 이용시설 휴게공관과 이용시설 사이를 연결하는 횡적동선을 많이 강조한다. 그 횡적동선은 종적동선과 교차하면서 동선과 시선의 공간적 변화를 더욱 풍부하게 한다. 그것은 외부에서의 동선이 내부로 연결되고 레벨을 달리하며 다시 외부로 연결되는 건축 속의 길이다.<br>그 길 위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자연풍광이 접하여 휴식을 만들며 사람과 자연에 의해 순간순간 변화하는 사건들이 그 길을 채운다. 휴게소를 채우는 여러 일상의 사건들이 도시의 가로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은 휴게소가 길 위의 건축이며 건축 속의 길이기 때문일 것이다.<br><br>길 위의 쉼터(a rest place on the way)<br><br>옥계휴게소는 강릉에서 동해간 고속도로가 바닷가에서 망상해수욕장과 거대한 시멘트 제조공장과 만나는 돌출된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시멘트 제조공장에 연결된 빨간색, 흰색의 등대가 긴 방파제 끝에 서 있고 군데군데 배를 띄우고 있는 푸른 바다와 망상해수욕장의 모래사장에 부딪히는 흰 파도가 사람들의 눈길을 강하게 끌며 휴식의 시간을 자꾸 늘리게 하는 유혹이 있다. 따라서 옥계휴게소의 배치와 평면, 공간계획은 쉽게 볼 수 없는 바닷가 풍경을 끌어들이고 접하는데 집중된다. 매장과 전망대, 화장실 등의 내부공간은 물론 그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외부공간까지 모든 길과 동선은 바다로 열려있고 또 유혹된다. 휴게소의 기능이 바다를 향한 풍경에 밀려 왜소하기까지 한 곳이다.<br>옥계휴게소의 길은 주차장, 전면데크, 매장, 후면데크, 해변데크 등 5개의 횡적인 위계를 가진다. 이 5개의 하이어라키(hierarchy)는 다시 6개의 종적동선과 크로스 되면서 다양한 공간과 동선, 시선의 변화를 만들어 낸다.<br>이 길들은 점에 해당하는 식당, 패스트푸드, 편의점, 안내휴게, 옥외 휴게공간, 화장실 등의 기능들을 연결하는 선이며 그 선은 바다와 풍경과 물, 자갈, 모래를 주제로 동선과 휴식을 의도한 옥외휴게공간으로 연장되어 길 위에서의 쉼을 유도한다. 따라서 옥계휴게소에서의 쉼은 건물을 벗어난 바닷가의 외부공간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 공간에서도 클리나멘은 끊임없는 유혹으로 바다를 향하게 하며 시간을 끌 것이다.<br><br>우리는 언제나 길 위에 있다. 그러나 언제나 현명할 수는 없어서 분명한 목적지가 있기도 하지만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사는지도 모른 채 살아갈 때가 너무 많다. 숲을 벗어나야 숲을 볼 수 있다는 말처럼 우리가 가는 길에 쉼표를 찍듯이 한번씩은 가는 길에서 벗어나 왔던 길을 되돌아보고 가야 할 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먼저 길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길 위의 쉼터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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