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가의 땅과 만난다. 땅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풀과 나무가 자라고 물이 흐르며 언덕과 산으로 이어진다. 바람이 지나가고 구름의 그림자가 깃드는 땅을 건축으로 손질하는 것은 그 땅을 의미로 만드는 작업이다. 건축은 땅과 사람을 연결하는 수단이다. 땅에 건축을 일으키려면 세우는 것만을 목적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 건축의 결과는 그 땅에 사람이 함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로서 땅은 장소가 된다.
삶을 담는 장소인 땅은 살아 있어야 한다. 건축으로 짓누르거나 함부로 모양을 바꾸면 땅은 생명의 근원인 자연스러움을 잃는다. 건축이 지켜야하는 작업의 자세는 땅을 존중하는 것이다. 과장을 의도할 필요도 없고 표정을 드러낼 이유도 없다. 단정한 자세로 땅의 형국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건축으로 자연을 능가할 수 없음은 누구나 안다. 건축의 존재는 자연의 부분일 때 비로소 자연스러울 수 있다.
건축의 공간은 자연의 공간이 연속되는 곳이다. 공간을 구축하기 위해 막거나 닫는 것은 공간을 열기위한 준비이다. 공간은 가두어지지 않는다. 닫힌 공간은 죽은 공간이다. 비록 작은 공간이더라도 트인 공간은 크기로 가늠되지 않는다. 어떻게 열어야하는가는 땅과 어떤 관계를 이룰 것인가로 조정된다. 건축과 자연의 영역이 하나로 합쳐지려면 결국 건축이 자연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호수로 가는 것이다.
한국건축가협회상_<호수로 가는 집>_사진ⓒ김인철
“춘천호반에 위치한 “호수로 가는 집”은 한국이라는 지형, 지세와 자연을 배경으로 가장 단순하면서도 정형화된 형태로 공간을 만들어가면서 최소한의 형태를 주어진 대지에 던지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가 읽힌다. 긴 장방향의 명쾌한 매스와 호반의 수평선의 대비는 입방체의 명징성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으며, 호수에 접한 부지에 진입하기 위해선 길고 지루한 산모퉁이 길을 통해야 다다를 수 있지만 이 또한 건축물의 단순성을 부각시켜주는 주요한 장치로 느껴질 만큼 모든 주위 조건은 완벽하게 건축가를 위해 준비되어 있었다. 작가가 호수로 가는 집이란 이름을 지을만하다는 생각도 우연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외부는 낮은 돌담으로 자연의 선을 만들어 매스와의 대비감을 강조했으며, 노출로 마감한 건축물은 완벽하리만치 매스 안에 모든 것을 담아 하나의 디테일로 모든 공간을 연출한 건축가의 대담함이 돋보였다. 내부 공간 또한 적절한 비례로 나뉘어져 기능적인 면이나 사용의 편리성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작가가 너무나 많은 것을 담고 싶은 욕심을 참아내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제한된 공간에 필요 기능을 담아야하는 한계는 1층의 화장실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내부에서 개구부를 통해 여러 형상의 자연들을 볼 수 있게 장치한건 일반적이라 할 수 있지만 크기와 형태의 다양성을 통해 깊이와 느낌을 조절해 나간 부분은 특별하다 하겠다. 외부의 디테일이 내부에서도 동일하게 사용되어 일체감을 강화했으며, 부지 주변을 조경을 하지 않고 빈 공간으로 열어 놓음으로서 오히려 부지의 여러 조거들과 하나가 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하는 효과를 연출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고급 휴양지 꼬모 호수변에서 보았던 주택들과는 다르지만 개념적인 부분은 유사해 보인다.
사용된 노출 콘크리트는 수묵화의 먹과 붓의 놀림과 같은 방법으로 주변 환경과 내부공간과의 관계를 맺어주는 매개체로 노출콘크리트의 순수성이 잘 활용된 점이 높이 평가된다. 반면, 최종 수상작품 선정에서는 선택되지 않은 ‘노은동 주택’에서 사용된 노출콘크리트의 사용은 건축적 매스를 강조하고, 마감 재료에 대한 존재의 확인 작업이 보다 강조된 원초적 특성이 부각된 작품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