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든 것과 만들어지는 것<br><br>내가 만든 것<br><br>건축이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도그마는 건축가가 경계해야 할 것 중의 하나일 것이다.<br>가나안 교회가 교회건축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상식에서 다소 벗어난 제안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특별한 하나는 내가 교회건축을 처음 설계한 것이라는 사실을 들 수 있다.<br>교회건축이 처음이라는 의미는 나의 작업과정 중에서는 큰 의미를 가지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나의 건축에 대한 생각이 교회건축을 처음 만났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장소와 도시에 대한 생각, 동선과 시선, 빛과 벽 등에 대한 나의 관심이 교회로서는 가나안에 처음 반영되었기 때문이다.<br>가나안 교회는 많은 비중이 모임을 위한 동선, 즉 길에 할애되어 있고 이것은 열린 교회를 지향하는 이 교회의 상징적 의미로 부각된다. 이 길은 광장의 함축이며 접힘이다. 따라서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잠재해 있다. 순간적으로 이루어 졌다 사라지는 여러 사건들을 위해 단순한 동선의 기능을 초월하는 여유와 장치들을 한 것이다. 그 공간에서 기도, 집회, 만남, 대화, 사색, 조망, 빛, 그리고 상상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일들을 기대했고 공간에서 존재하는 이런 일상적인 사건, 이미지, 시뮬라크르로 하여금 판과 벽에 의해 형성되는 시각적 공간과 형태의 의미를 넘어서고자 의도했던 것이다.<br><br>그들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것<br><br>입당후 6개월, 가나안 교회의 건축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아니 영원히 만들어 지는 과정 중에 있을 것이다. 페인트와 콘크리트 냄새가 사라지고 사람의 때가 묻어나면서 이제 안정되고 편안한 느낌이 새로 지은 건물이라는 이미지를 추월하고 있다. 내가 의도한 그 공간 안에서 건축이 나의 의지를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교회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건축화의 과정일 것이다. 각 공간마다 사람이 채워지면서 그 공간에 사람의 흔적(혹은 느낌, 혹은 氣)이 남게 되고 그 흔적에 따라 새로운 공간적 분위기가 다시 연출되면서 가나안 교회의 공간은 유기체처럼 생명력을 더해감을 느낀다. 그들도 건축을 느끼고 배우고 있으며 공간도 그들에게 화합하고 있음이 분명한 것이다. 그들이 건축에 대해 애착을 더해가고 있음은 소품이나 유인물의 배치에 있어 그 공간에 어울리는지 고민하고 있으며 유지관리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답사한 후 여러 사람들이 편안하고 안정된 느낌의 교회라고 하는 표현을 통해 가나안 교회가 그동안도 만들어져 왔고 계속 만들어질 것을 기대하게 한다.<br>건축이 가시적 공간이나 형태뿐만 아니라 표현하기 어려운 여러 요소들인 땅, 하늘, 바람, 사람들에 의한 시뮬라크르로 구성되어지는 것이라면, 아울러 건축의 은유적 의미가 관련된 모든 것들의 구체화, 결정화, 체계화의 과정이라면 가나안 교회는 진정한 교회로 계속 만들어져 가고 있는 중임이 분명하다.